한국은행 입행수기 (15년 12월 작성)

Sohee Park
10 min readJan 26, 2021

https://www.facebook.com/soheesohee/posts/922073444535248

처음 한국은행을 준비하기로 다짐했을 때, 도움을 받을 선배나 안내 책자를 구할 수가 없어서 막막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CPA 2차 연습서로 재무와 회계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아도 이렇다 할 조언을 찾을 수 없었거든요ㅠㅠ 만일 시험에 합격한 선배의 구체적인 안내가 있었다면 덜 방황하고 더 체계적인 공부 스케줄을 계획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기에, 비록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시험을 준비하며 밟았던 과정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언젠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지 계속 게으름 피우고 있었는데, 조금만 더 지나면 다 잊어버릴 것 같아서 급하게 올려봐요.

(저는 준비를 시작하고 몇 달 뒤에 연세대의 입행수기를 친구가 구해주어 참고해 읽으면서, 우리 학교에는 이런 안내 책자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혹시나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준비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이 이 글을 참고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당!)

처음 한국은행으로의 입행을 준비한 것은 15년 2월 초였어요. 대학교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진로고민에 방황하며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에 한국은행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작성한 글을 발견했는데, 마침 이 주제는 제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과도 일치하는 내용이었어요.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면 그 부분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급작스럽게) 입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입행 시험이 보통 10월 중순에 있다는 사실과 시험 난이도가 꽤 높아 보통 1년 정도 잡고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하자마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생각으로 향후 약 8개월간 빡빡한 스케줄로 공부를 하게 됩니다ㅠ_ㅠ. 우선 저는 경영학 심화전공을 선택한 만큼 경영직렬로 시험을 보기로 결정했어요.

(경영직렬은 전체 신입행원 중 비중이 약 30%이고 경제직렬은 약 50%이기 때문에 경영학과인데도 경제학을 공부해서 경제직렬로 시험을 보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우선 경영직렬로 시험보기 위해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은 재무관리, 중급회계, 원가관리회계, 고급회계, 경영학(인사, 마케팅, 전략, 경영과학, 생산관리, MIS 등)입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8월 즈음 고급회계와 생산관리 등이 출제되지 않는다고 공지해주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안내가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저 많은 과목들 중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은 재무관리와 중급회계입니다. 저도 첫 한 달은 두 과목의 기본서를 읽으며 보냈어요. 사람마다 선택하는 교재가 다른데, 보통 CPA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각 선생님의 특징을 물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분의 교재/강의를 구매하시면 될 같습니다. 저는 강의를 듣는 것보다 혼자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선생님의 특징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친구가 봤다는 교재를 그대로 구매했어요. 김현식 IFRS 중급회계와 김종길 재무관리 책으로 교과서를 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꼼꼼하게 개념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2월 10일부터 3월 중순(3월 18일)까지 기본서 읽기를 마무리했지만 사실 3월초는 새 학기가 시작해서 수업을 15학점 듣고 밥 약속도 다니느라 공부시간을 많이 확보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2주 정도 지나니까 학교와 공부를 병행하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아침잠이 많기 때문에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과목들로 시간표를 짜서 10시쯤 기상하여 학교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새벽 3–4시까지 공부하다가 자는 일과에 익숙해졌습니다.

그 후에는 (기록이 잠시 중단되어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객관식 문제풀이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객관식은 김영덕의 중급회계와 이영우의 재무관리를 풀었습니다. 선생님을 바꾼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다른 금융공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함께 문제집을 맞춰 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미 친구들은 저에 비해 진도를 많이 나갔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친구들의 수준을 따라잡겠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최대한 풀어낼 수 있는 만큼을 목표로 잡고 계획이 밀리지 않게 주의하며 공부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4월 초(4월 7일)에 객관식 1회 풀이를 마치고 바로 2회 풀이에 들어갔습니다. 개념서만 읽기보단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저의 공부방법이기 때문에 문제집을 두 번씩 반복해서 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에요. 2회 풀이 때에는 중간고사 기간과 겹쳤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고 4월 27일에서야 문제 풀이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무작정 문제만 많이 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자세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완성 후에는 다시 펴보지 않을(…) 공책을 준비해서 모르거나 틀린 문제들을 정리하며 관련된 개념들을 기본서에서 찾아 정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어요 매번 새롭게 문제를 풀 때마다 다시 새로운 공책에 정리를 했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약 7권 정도의 공책이 완성되었습니다.

4월 말에는 문제를 풀면서 무엇이 중요한 지를 파악했으니 다시 한 번 기본서를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두 번째로 기본서를 펴보았습니다. 5월에서 6월 중순까지는 구체적인 기록이 없지만 객관식 문제 3회와 4회 풀이를 마치고, 기본서를 세 번째로 읽었던 것 같아요. 역시 6월에도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이 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어요.

1학기 초반에는 밥 약속도 종종 잡았었지만 점차 그 횟수를 줄였고, 계획에 따라 공부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한 달에 노는 날도 이틀 정도로 줄여야 했어요. 저는 학교 수업도 15학점을 들어야했고 주말에 삼성 드림클래스 멘토링도 해야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심리적인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ㅠ.ㅠ

여름방학에는 재무관리와 중급회계 주관식을 CPA 2차 연습서로 준비하고, 고급회계와 경영학공부를 시작했어요. 교재는 김종길 재무관리 연습서와 김기동 재무회계 연습서, 김기동 고급회계와 전수환 객관식 경영학을 보았습니다. 처음에 2차 연습서를 풀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멘붕이었어요ㅠ.ㅠ 제대로 풀어내는 문제가 거의 없고 답을 보고도 겨우 이해가 되는 문제들이 더 많을 정도였으니까요. 6월 17일 즈음 문제풀이를 시작했는데 7월 21일 즈음에 1회 풀이를 마무리 지을 정도로 낑낑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며칠간 여름 계절학기에 수강하던 강의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아마 마지막으로 객관식 문제를 다시 풀어보면서 7월을 마무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시에 7월에는 고급회계 인터넷 강의를 친구들과 함께 들었는데, 한 달간 끝낼 수 있는 일정으로 계획을 짜서 객관식 문제풀이와 병행하며 공부를 했어요. 제대로 인터넷 강의를 들어본 것이 이 때가 처음이었는데, 해당 과목에 대한 큰 틀을 이해하고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강의를 듣는 것이 유리한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요점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은 인터넷 강의로 개념을 다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8월에는 주관식 문제집 2회 풀이를 하며 경영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를 풀 때에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려서 집중적으로 풀기보다는 그냥 모든 문제를 다 풀겠다는 생각으로 풀었어요. 첫 번째로 풀 때보다는 수월했지만, 저는 문제를 풀 때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여전히 틀리는 문제의 개수는 많았습니당ㅠ.ㅠ 경영학은 주로 암기이기 때문에 반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후 시험보기 전까지는 개념서와 요약 노트를 틈틈이 읽으며 꾸준히 반복하는 방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중급회계 2차 연습서에는 고급회계의 문제들도 수록되어있는데, 이 문제를 풀며 고급회계도 복습했습니다. 특히 연결 재무제표와 관련된 문제는 너무나 어려워서 한 문제에 몇 시간을 들여 문제를 풀곤 했는데, 이 부분에 끙끙대고 있던 8월 말 어느 날 한국은행 시험 안내 공고가 나왔고 고급회계는 올 해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에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ㅠ.ㅠ 그 뒤 고급회계는 쳐다보지도 않고 원가관리회계 공부를 시작했지요.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졌던 2차 연습서를 2회나 풀고 나서 근거 없는 자신감에 싸여있던 때에, 예전에 친구가 주었던 연세대 한국은행 입행 수기를 읽어보았습니다. 수기에는 저보다 훨씬 긴 기간 준비한 사람들이 가득했고, 2차 연습서를 8번 반복해서 풀었다는 수기도 있었어요. 엄청난 충격을 받고 이제 두 달 남았는데 어떡하지 하는 절망적인 마음에 휩싸였지요.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남은 기간 최대한 빨리 반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됐어요. 방학이 끝나기 전에 재무관리 연습서에서 채권과 옵션 등 파생상품이 나오는 부분만 따로 한 번 더 문제를 풀어보았습니다. 한국은행은 재무관리의 비중이 큰 편이고 그 중에서도 파생상품과 관련된 내용이 어렵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에요.

9월이 되었고 저는 4학년 2학기인만큼 졸업요건을 갖추기 위해 8학점을 더 이수해야 했습니다. 9월에는 원가관리회계를 임세진 선생님의 인터넷 강의를 부랴부랴 들으며 개념을 다졌으며, 9월 20일까지 재무관리와 중급회계 연습서 3회 풀이를 끝내고 10월 10일날 4회 풀이 마무리 그리고 10월 24일 시험 보기 전에는 이전에 표시해두었던 문제들을 위주로 마지막으로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학기에는 지원하는 기업들에 원서를 제출해야 하고 대기업 인적성 시험 등을 보기도 해서 1학기보다 공부만 전념하기에는 방해요소가 많은 편이이에요. 들어야 하는 학점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1학기에 조금 힘들더라도 더 많이 듣고 2학기는 최대한 학점을 적게 듣는 것이 향후 면접을 보러 다니기에도 더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이 아침이니까 아침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마음은 숱하게 다졌지만, 체질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매번 실패했었어요. 그러다가 몸도 급한 것을 알았는지, 시험을 약 2주 가량 남겨두고는 아침 9시 전에 관정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어요. 이전까지는 주로 저는 기숙사 방에서 공부를 했으며, 잠을 못 자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 잠도 꼭 챙겨서 (아주 푹, 방학에는 하루에 9시간 정도?ㅋㅋ) 잤습니다. 무조건 덜 자거나 덜 놀겠다고 스스로를 옥죄기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패턴을 찾아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행 채용 홈페이지(apply.bok.or.kr)에서 기출문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시피, 문제는 모두 주관식입니다. 저는 원가는 두 달도 채 보지 못해서 기본서 밖에는 공부할 시간이 없었지만, 실제로 시험에 출제된 원가 부분이 어려운 개념은 아니었기 때문에 충분히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경영학은 여름방학부터 꾸준히 반복 암기를 했었는데, 실제 시험에서는 정말 전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출제가 되어 당황한 기억이 있습니다. 경영학 교재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중앙은행의 업무에 비추어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재무와 회계는 2차 문제집까지 꼼꼼하게 공부했으면 손 댈 수 있는 수준으로 나왔지만, 물론 CPA와 문제 경향이 많이 달라서 긴가 민가 하면서 풀었던 문제가 많았습니다. 전공 시험 문제지 수는 21장으로, 그 두께만 보고도 이미 놀랄 정도였어요. 게다가 맨 마지막 장에는 전공 논술을 적어야 했기에 시간 분배가 아주 중요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일단 풀고 보자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순서대로 풀어나갔고 아슬아슬하게 논술까지 적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미 푼 문제들을 검토할 시간은 거의 주어지지 않은 채 시험 종료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꽉 채워서 공부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많은 것들에 소홀했던 시간을 보냈어요. 목표 이외에 다른 것들에 신경을 쓰면 진심이 흐려진다고 생각했던 저에게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것은 결국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8개월 간 잠자려고 누우면 한국은행을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떠올리며 잠들었고, 그렇게 정리해 둔 지원 동기는 이후 지원서를 쓰고 (1차 집단면접에서 쓸 시간을 주고 이후 면접 때 반영되었던) 에세이를 쓰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험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왜 한국은행에 가고 싶은가를 충분히 고민하고 그 답을 찾았을 때, 흔들리지 않고 시험공부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해 열심히 공부하여 정말 다행히 목표를 달성하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주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적어두었던 기록을 보고 기억을 회상하면서 공부했던 방법들을 끄적여 보았습니다. 입행 준비를 하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참 좋겠습니다! 모두 화이팅이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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